wine and merry christmas mr.Law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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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숫자의 경계에 걸려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었다.
물질과 대외적인 안정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로움과 잔잔함을 이야기하고저.
어쩌면 못난 자존심-. 나는 하루하루 다르고 내 마음의 모양새를 조금씩 깎고 다듬어 나간다. 누그린다.
매일같은 곳인데 사무실의 의자에서 심한 이물감이 느껴진다. 요즘 점점 '사람'이란 존재가 싫어지는 것만 같아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나는 가면놀이에는 별 취미도 특기도 없단 말이지. 그냥 내 속에서 우러나는 그대로 당신들을 대할 수 있게 해줘. 어설픈 연극은 서로에게 상처라니까. 내가 최근 어설프게나마 해봤는데, (고의는 아니었지만) 별로 결과가 좋지 않았거든.
사당으로 이사한 학교선배 집에 초대되어 다녀왔다. 집들이 겸사 였는데 잠깐 고민하다 빈손으로 갔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았고, 덤덤한 듯 말하지만 솔직히 속이 쓰리다. 집에 돌아와 창문을 열어 놓고 빗소리를 듣는다. 창밖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들인데, 그동안 내가 너무 노파심을 부린 것 같다. 며칠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활짝 열어도 나갈 염려는 없어보였다. 그래도 내가 집 안에 있는 동안만이다. 아스팔트에 떨어져 부서지는 빗방울과, 사람들이 찍어대는 발자국을 끊임없이 주시하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의 시계가 다시 느려지는 듯 하다.
오늘 낮에 지인으로부터의 전화 한 통으로
나는 계속 차가워져가는 심장에 온기를 불어넣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다.
내 속엔 아직 미지근해진 경계와 긍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살 만하다.
아쉬울 게 뭐가 있겠어? 그냥 삽시다.
어제보다 조금 더 늦게 시작한 아침, 발걸음은 사무실이 아닌 코엑스로 향한다.
목적이었던 홀매니저를 만난 뒤,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왔다.
그리고 더블초코머핀과 라떼, 얼마남지 않은 럭키스트라이크.
작은 사치.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여유부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갔던 곳을 혼자서 걷는 길은, 빙빙 멀게 돌아가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의식해서 기억하려 하면 기억되고, 그 기억으로 길을 찾아 걷는다. (길치라..)
기억하려 애쓴 적도 없는데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은 언제부터였나...

불이 꺼진 스타벅스의 모습, 작은 거리 곳곳에 여전히 그 사람이 서 있다.
아직 이사할 집을 알아보지 않았지만, 이 거리가 벌써부터 아득해진다.
그렇지만 가슴 안쪽에서는 무언가 채워져가는 기분이다. 좋아...
오래되어 희미하게 바랬지만 따뜻한 기억의 날 중엔 이런것도 있다
바깥에서 일과를 마치면 언제나 비어있는 내 방으로 되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은 느긋하지만 길기도 해서 여기저기 들렀다 가기도 했다
평화로워보였지만 건조하고, 불안함을 감추고 있던 나날이었다
그런 생활 중에 어느 날 집에 작은 손님이 며칠간 머물게 되었다
업무가 많지 않았는데, 회사에 퇴근이 늦어지게 되면 약간 초조해질 정도로
나는 내 생각보다 그 작은 손님의 존재를 반기고 있었다
퇴근을 하는 즉시 집으로 총알같이 달려가서 곁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당시에도 그렇게 집으로 와서 나는 할 일을 하며 내 시간을 취했지만
당연한 듯이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작은손님을 의식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그 존재감이 빚어내는 묘한 분위기때문이었다
나는 그 전까지는 단 한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어린시절 집에 강아지가 몇번 있었던 적은 있는데, 짤막하기도 했고
그냥 단지 이벤트성 기억이랄까 그런 느낌이 강해서
나 스스로가 보살핀 적은 없었다
분명 나는 대학을 다니기 전까진 가족과 함께 살았었고
집 안 타인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익숙해 왔을테다
그런데 지역을 옮기고 처음가진 내 방이었기에,
빛이 잘 들지 않아 약간 어두운 방이었기에,
짐이라고는 컴퓨터 뿐이어서 하울링이 있었던 방이었어서 그랬던 걸까
그 며칠 사이 그곳은 다른 장소가 되었던 것이다
생명감.
따뜻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늘 있는 공간
문을 여는 순간에는 혹시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않을까
꿈틀거리며 발을 문틈으로 밀어넣고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들어가서는 잠시 서서 묻혀온 냄새를 검사받고, 곧이어
내 청바지를 뜯기 시작하면 '아, 집에 왔구나' 하고 그제서야 관문을 통과한 듯 놓이는 마음.
작은 손님이 원래 있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작은 스피커를 휴대용 CDP에 연결하고,
오아시스 CD를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벽에 기대어 GQ를 보고 있었다
작은 손님은 책장을 넘기는 손 외 남은 내손위에 머리를 얹고
기분좋아하며 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실 난 시간이 흐르지 않길 그리고 그 반대의 마음도 갖고.
바램이 반영이 되었는지 오랜 시간이 흐른듯 느껴졌다
이정도면 충분해
얼마지않아 익숙하게 묵직한 엔진소리가 집가까이에서 들리자,
작은 손님은 곧 일어나서 현관근처 싱크로 가볍게 점프한다
엔진소리가 한참을 들렸는데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주차때문에 주인아저씨랑 잠시 협의중. 이었다고 한다
문이 열리고
작은 손님을 데리러 온 그 사람은 상냥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미열이 조금 있다고 한 나를 걱정한다
손에는 장미꽃과 케잌이
나는 평화로웠던 손님과 나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해 순간 아쉬웠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알아채지 않았을까
아마 알고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I guess that I was blind
사람은 앞으로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고맙다 세상이. 이제야 당신과 나 손잡을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다행이야
애정어린 시선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 나머지 한 손은 언제 꺼내지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