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야나미 레이 (2) 2008/08/04
  2. Rubik's Cube (4) 2007/11/23
  3. 도서관 (2) 2007/05/17
  4. 기억하다 2006/09/01

아야나미 레이

from doodle 2008/08/04 22:30

나는, 네 살 꼬맹이 때 펜을 잡고 처음 무언가를 (아마도 '소') 그리기 시작한 뒤로-
흔히들 상투적으로 말하곤 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라는 소리를 신물나게 들어왔다.
물론 지금은 누구든 비웃을테고 나조차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초교 입학전부터 내 몸집보다 큰 캔버스에 그림을 (꼭 그래야만 하는 의무처럼) 그려댄 결과 국제 콩쿨에서 3위를 했는데, 내가 그림을 제대로 그린 건 딱 그때까지였다고 생각한다. 불량하고 성의없는 태도로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쥐락펴락 하다가, 결국 중학교 졸업 때 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정한 뒤 모든 스케치북과 그림들을 버렸었다.

이사문제로 얼마전에 집정리를 하는데 마침 집에서 보내주셨던 고딩때 크로키북을 발견했다. 뒤늦게 그림이 나와도 부모님께선 보통 버리셨었는데 이 크로키북은 왜 남겨져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낙서들을 훑어보니 미술을 관둔 뒤에도 손버릇처럼 이것저것 만화나 사진을 그리는 행동으로 남아있었나보다. (문희준도 있더라;;)
부끄럽지만 똑같이 그려내는 건 아주 쉬웠거든.
가치있는 건 역시 창작이니까,

지금은 이런 손낙서조차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낯선 시간들... 조금 알 것 같기도 하지만.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야나미 레이(綾波レイ) from.에반게리온 (GAINAX社)

2008/08/04 22:30 2008/08/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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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ik's Cube

from idle_talk 2007/11/23 05:20

8살쯤이었나 병원에서 좀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아파서는 아니었고) 재미삼아 해보라며 아버지께서 루빅스큐브를 사주셨다. 한손으로 쥐기엔 커서 손바닥이 아릿했는데도 재미들려 키릭키릭 열심히 했더랬다. 한편으로는 왜 색을 제자리로 맞춰야하지?? 라는 의문과 함께.
쥐어지지도 않는 큐브를 끙끙 돌려 색깔들이 하나둘 자리잡아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는 과하게 욕심부린 탓에 마구 섞었더니 아무리해도 풀리지 않게 되어버려 안드로메다에 첫발을...

그러다 같은 병실에 있던 (멋있는) 대학생 오빠가 웃는 얼굴로 '어디볼까~' 하더니...
별 고민하는 표정도 없이 순식간에 맞춰버리는거다.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와.... 와.... 우와... 만 연발했던 기억이...
그 대학생 오빠 침대앞에 종일 서서 ㅡㅢ;;
왠지 나도 대학생이 되면 저렇게 할 수 있을지도?!!? 라고 생각했지만 그 뒤로는 해본적 없다. ㅎㅎ

오늘 컨셉아트 구상중에 큐브를 떠올리고 있다가 생각이 난거지.
내가 방금 알아낸 충격적인 사실은 ... 루빅스큐브는... 설명서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명서를 보고 맞춘단다... 엉망으로 섞인 (내가 섞은;) 큐브때문에 진짜 끙끙댔었는데...

아아 아부지... 왜 설명서 안주고 가셨나여...
하얀색 & 빨간색 한칸이 서로 바뀐것 때문에 저는 검은 심연의 나락에 다녀왔단 말입니다... 흑흑
아 오랜만에 큐브 해보고 싶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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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3 05:20 2007/11/23 05:20

도서관

from idle_talk 2007/05/17 13:17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해서 집에 있던 책을 대부분 읽어버렸다. 백과사전들은 너덜너덜해졌고, 까라마조프네 형제들 은 읽다가 두번 드랍하고 3학년때 다시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토요일이 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몇권씩 대출해오곤 했다. 아마 같은시기에 시립도서관이 들어섰는데, 사진을 컴퓨터로 찍어낸 플라스틱 카드를 이용하고, 모두 전산처리가 된다고 해서 당시엔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번번이 도서카드로 대출기록을 적어야했던 도립도서관을 계속 이용하고 있었다. 집에서 가깝기도 했거니와 건물도 낡았고 몇시간이고 서서 책들을 볼때 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읽을 책을 정확하게 색인으로 찾아내는 게 아니라 보통 섹션만 확인하고 즉흥적으로 책을 고르는 편이었다) 한번에 세권까지 빌릴 수 있었고, 가끔은 욕심을 부려 친구 대출카드를 이용해 많은 책들을 끙끙거리며 집으로 안고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신선하거나, 흥미있거나, 혹은 문장이 제대로 눈에 박히지 않으면 내려놓았고 다시 꺼내읽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내가 빌린 책들을 늘 꼼꼼하게 다 읽었던 건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하면 2주간 볼 수 있었고, 반납이 늦게되면 일주일 단위로 대출을 못하는 걸로 되어있었다. 잊거나, 귀찮아서 혹은 다 못읽어서 늦게 가져갔을 때마다 일주일 불가(혹은 더 길게)라는 금지령이 내게 떨어졌고, 나는 아쉬움과 동시에 특별휴가를 얻은듯한 묘한 기분을 맛보고는 했다.

책과 DVD를 놓을 곳이 없어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라, 큰 맘먹고 삼나무로 된 책장을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낡은 책냄새 가득한 도립도서관 건물을 들락거렸던, 오래된 시공속 내 모습이 떠올라 끄적여본다. 

2007/05/17 13:17 2007/05/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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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다

from acidtrip 2006/09/01 16:06

오래되어 희미하게 바랬지만 따뜻한 기억의 날 중엔 이런것도 있다

바깥에서 일과를 마치면 언제나 비어있는 내 방으로 되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은 느긋하지만 길기도 해서 여기저기 들렀다 가기도 했다
평화로워보였지만 건조하고, 불안함을 감추고 있던 나날이었다

그런 생활 중에 어느 날 집에 작은 손님이 며칠간 머물게 되었다

업무가 많지 않았는데, 회사에 퇴근이 늦어지게 되면 약간 초조해질 정도로
나는 내 생각보다 그 작은 손님의 존재를 반기고 있었다

퇴근을 하는 즉시 집으로 총알같이 달려가서 곁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 당시에도 그렇게 집으로 와서 나는 할 일을 하며 내 시간을 취했지만
당연한 듯이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작은손님을 의식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그 존재감이 빚어내는 묘한 분위기때문이었다

나는 그 전까지는 단 한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어린시절 집에 강아지가 몇번 있었던 적은 있는데, 짤막하기도 했고
그냥 단지 이벤트성 기억이랄까 그런 느낌이 강해서
나 스스로가 보살핀 적은 없었다

분명 나는 대학을 다니기 전까진 가족과 함께 살았었고
집 안 타인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익숙해 왔을테다
그런데 지역을 옮기고 처음가진 내 방이었기에,
빛이 잘 들지 않아 약간 어두운 방이었기에,
짐이라고는 컴퓨터 뿐이어서 하울링이 있었던 방이었어서 그랬던 걸까

그 며칠 사이 그곳은 다른 장소가 되었던 것이다

생명감.
따뜻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이 늘 있는 공간

문을 여는 순간에는 혹시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않을까
꿈틀거리며 발을 문틈으로 밀어넣고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들어가서는 잠시 서서 묻혀온 냄새를 검사받고, 곧이어
내 청바지를 뜯기 시작하면 '아, 집에 왔구나' 하고 그제서야 관문을 통과한 듯 놓이는 마음.








작은 손님이 원래 있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작은 스피커를 휴대용 CDP에 연결하고,
오아시스 CD를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벽에 기대어 GQ를 보고 있었다
작은 손님은 책장을 넘기는 손 외 남은 내손위에 머리를 얹고
기분좋아하며 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실 난 시간이 흐르지 않길 그리고 그 반대의 마음도 갖고.
바램이 반영이 되었는지 오랜 시간이 흐른듯 느껴졌다

이정도면 충분해

얼마지않아 익숙하게 묵직한 엔진소리가 집가까이에서 들리자,
작은 손님은 곧 일어나서 현관근처 싱크로 가볍게 점프한다
엔진소리가 한참을 들렸는데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주차때문에 주인아저씨랑 잠시 협의중. 이었다고 한다





문이 열리고

작은 손님을 데리러 온 그 사람은 상냥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미열이 조금 있다고 한 나를 걱정한다

손에는 장미꽃과 케잌이




나는 평화로웠던 손님과 나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해 순간 아쉬웠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알아채지 않았을까
아마 알고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2006/09/01 16:06 2006/09/01 16:06